미술의 토양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왜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의 먼 시간 전에 울주에서 반각화에 그림을 그려 삶의 방식을 표현했을까. 무언가를 기록하고 표현하는 것은 예술을 넘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천안시립미술관에서 지난달 27일부터 5월 5일까지 천안미술 아카이브전 '천안미술 1951-1989 : 기록과 기억으로 말하다'를 개최해서 미술관을 방문해 보았다.

1951년부터 1989년까지 천안지역의 미술전개 양상을 살필 수 있는 천안미술사 첫 아카이브 전시로 천안시립미술관은 지난 2022년부터 천안지역 미술과 관련한 자료를 아카이브 하며 천안미술사를 정립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천안 미술관에서는 2층과 3층에 걸쳐서 천안 미술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가 있는데 천안 미술을 10년 단위로 태동, 성장, 확립, 확산 등 4개 섹션으로 나눠 해방 이후 지역 미술이 어떻게 형성되고 전개됐는지 볼 수가 있다. 전시에는 미술에 대한 인식이 척박한 시기에도 중앙화단과 교류를 활발히 하며 족적을 남긴 작가 22명의 작품 43점을 볼 수가 있다. 

현대 미술사는 서울등을 중심으로 연구와 서술이 주로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지방에서 활동하는 미술과 관련한 흐름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것이 사실인데 이번 전시전으로 인해 한국 현대미술에 지역 미술사가 편입되며 외연을 확장하는데 기여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한다. 

미술관등에서 전시작품을 보면 대부분의 작품들은 액자 속에 있다. 액자는 미술 작품을 주변 환경과 분리시키는 역할을 한다. 액자는 그 안에 들어 있는 미술품이 특별하고 소중한 어떤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천안시립미술관은 1951년 지역신문에 처음으로 기록된 故 김화경 화백 등이 기획한 전시후방미술전람회를 천안미술의 태동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전시로 지역 미술의 역사를 돌아보고 천안미술인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위해 이번 전시전을 준비했다고 한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향토색이 짙은 작품부터 예술적인 시도를 하는 작품들도 눈에 뜨인다. 특정 작품을 해독하는 능력은 많은 부분에서 보는 이와 많은 것을 접한 이 사이의 친숙도에 달려 있다. 

미술계에서 수집은 만국공통의 언어다. 사람들은 실용적인 용도와 거리와 먼 물건들을 수집하게 되는데 수집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예술 시장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술작품들이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은 실용적인 삶 넘어서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조각상과 같은 작품들을 보면 두 다리를 균형적으로 무게 배분하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한쪽 발로 지탱하고 다른 쪽 발을 편하게 두는 포즈를 콘트라 포스트라고 하는데 이탈리아 어로 멈춘 동작과 움직이는 동작 사이의 균형 또는 대비를 의미한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부터 근대화를 넘어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던 1989년까지 대한민국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예술작품뿐만이 아니라 도록, 리플릿, 포스터, 단행본 등 소장자료 580여 점을 기증하는 등 지역 술사 연구에 대한 자료를 볼 수가 있다. 

예술가들은 후원자의 수집품을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는 주요 원천으로 삼아왔다. 과거 상류층들은 회화와 조각 이외에도 자신만의 보물 창고인 쿤스트컴머(예술품이 있는 방이라는 의미) 같은 호기심 캐비닛을 두는 것이 라이프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 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예술은 착시화 환상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해 내는 진정성의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예술가의 자세 그리고 아이디어에 관한 믿음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다.